나의 질내사정기 - 불쌍한 여자 편 - 하편

나의 질내사정기 - 불쌍한 여자 편 - 하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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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제나 100% 실화만 이야기 합니다. 단, 등장인물의 신상보호를 위해 시간과 장소를 흐릿하게 처리했습니다.




젊고 건강한 남녀가 한 집에 있으니 당연히 날과 밤이 하얗도록 섹스가 이어졌습니다. 누나가 입을 때는 몰랐는데, 그녀가 입으니 미키마우스 반팔티가 그렇게 섹시할 수 없더군요.


물론 마음 편하게 섹스만 한 것은 아닙니다. 그녀는 전화기 켜기가 무섭다고 했습니다. 어쩌다 전화기를 켜놓으면 남자로부터 온갖 협박과 회유의 메시지가 쏟아져 들어왔습니다. 대개 협박으로 시작했다가 ‘잘못했다, 기회를 다시 줘라’라는 회유의 메시지가, 그리고 이내 다시 협박으로 이어졌습니다. 협박은 대개 동영상을 무기로 휘둘러졌습니다. 그녀에게 물으니 어림잡아 열 번 정도 동영상을 찍었다고 했습니다. 다만, 찍고 바로 지웠기에 남아 있지 않을 거라고 했고, 사진의 경우 얼굴 안 나오게 찍었기에 별 문제가 없을 거라고 했습니다. 남자가 동영상을 들먹이는 건 마지막 발악이라더군요. 만약 정말 동영상이 있었다면 자기에게 보여주며 협박했을 거라고 했습니다.


다만 그녀는 남자가 직접 찾아오는 것을 매우 두려워했습니다. 예전에도 마음먹고 잠수 탄 적이 있는데, 경찰이 출동할 만큼 아파트를 뒤집어 놓으며 행패를 부렸다고 했습니다. 그래도 끝내 만나주지 않자 직장으로 찾아와 어쩔 수 없이 다시 만나줄 수밖에 없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저와 섹스 하는 동안에는, 그리고 섹스 전후로 저와 함께 알몸으로 뒹굴 때는 그 모든 것을 잊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 저는 궁극적 처방이 될 수 없음을 알면서도 그녀가 원할 때마다 몸을 섞었습니다.


3일의 짧은 동거기간 동안 그녀의 일생 모두를 전해 들었습니다. 3년 전, 몇 개월 간 같은 직장을 다니면서는 알 수 없었던 그녀의 33년이 단 3일 만에 전송되었다고 생각하니, 섹스란 참으로 굉장한 USB 포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부산에서 나고 자란 그녀는 학창시절 대부분을 일본에서 보냈다고 했습니다. 친척이 살고 있어서 자연스럽게 유학하게 되었다고 하더군요. 대학은 한국에서 다녔는데, 부모님과 함께 산 기억은 대학 4년이 전부라고 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그녀와 함께 있으면서 부모님과 통화하는 것을 본 적이 없었습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하면서 잠깐 동거를 한 적이 있다고 했습니다. 운동하는 남자였는데 자기를 무척 사랑해주어 이 남자와 꼭 결혼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남자가 뒤늦은 입대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마음이 멀어졌고, 다른 남자가 생기면서 관계도 끝났다고 했습니다.


저와 한 직장에 다닐 때는 꽤나 오랫동안 솔로로 지냈다고 했습니다. 그녀의 말로는 이미 몇 명의 남자를 만나고 상처를 받으며 ‘평생 혼자 사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도 했다고 합니다. 성욕은 어떻게 다스리려 했냐고 물으니 막상 남자가 없어 안 하니 참아 지더라고 했습니다.


지금의 남친은 술자리에서 알게 되었는데, 남자가 몇 날을 쫓아다니며 구애하는 통에 자기도 모르게 마음이 열렸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섹스를 하게 된 건 꽤나 여러 달이 지난 후였고, 그런 조심스러움이 좋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섹스를 미뤄왔던 남자의 속내가 성기 콤플렉스라는 것을 알고 솔직히 실망스러웠다는 그녀. 남자도 그 마음을 읽었는지 첫 섹스 후 여자에게 크게 화를 냈다고 합니다.


그녀가 저에게 물었습니다. 솔직히 남녀가 서른 넘어가서 연애하게 되면 서로가 서로에게 처음이 아닌 거 알고 만나는 거 아니냐고. 제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녀는 어이없다는 듯 허공을 보고 한숨을 쉬더니 “처음 하고 나고 걔가 나한테 이러는 거야. ‘너 처음 아니지?’ 거짓말하기 싫고 할 이유도 없어서 그렇다고 하니까 막 나한테 뭐라 그러더라.”라고 말했습니다. 제가 그녀의 장단에 맞춰 편들어주자 그녀는 “지도 처음 아니면서 나더러 처음 아니라고 그러는 건 뭐야?”라고 푸념했습니다.


그녀의 일방적인 입장이라는 것을 제하고서도, 남자의 행동과 인격에서 상당한 결함이 보였습니다. 처음엔 벽을 치거나 물건을 던지는 정도였는데 나중에는 직접적인 폭행까지. 그 폭력성은 그녀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었습니다. 길 가는 행인과 아무 이유 없이 시비가 붙어 경찰서에 다녀온 적도 있었고, 자기 아버지에게도 주먹을 휘두른 적이 있다고 했습니다. 패륜도 놀라운데 그것을 자기 여자 친구에게 모두 말했다는 것도 놀라웠습니다. 남자 자신도 한번 화를 내기 시작하면 스스로 통제가 안 되는 타입이라고 이야기 했다더군요.


“마치 ‘그러니까 니가 알아서 기어라’라는 식으로 그러는데 어이가 없더라.”


“그런데 너는 왜 여태 사귄 거야?”


제 질문에 그녀는 역대급 답답함으로 손꼽힐 말을 했습니다.


“불쌍해서. 나라도 이 인간을 받아줘야지 싶어서.”


아.......


흔히 말하는 ‘맞고 사는 여자들’이 하는 말이 있습니다. ‘술 깨면 잘해줘요’가 첫 번째이고, ‘상처가 많은 사람, 나라도 보듬어 줘야 해요’가 두 번째. 그녀의 대답을 듣고 남자도 남자지만 이 여자도 답이 없구나,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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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가 돌아오시면서 그녀도 자연스럽게 집으로 들어갔습니다. 사실 어머니가 돌아오실 날짜가 가까워지며 그녀의 신변을 어떻게 하나 하는 걱정이 들기 시작했는데, 그녀도 제 마음을 읽었는지 “이젠 집에 가도 되지 않을까?”라더군요. 전화기를 켤 때마다 들어오던 협박성 문자도 점점 줄어들고, 예전과는 다르게 직장까지 찾아오지 않는 거 보면 이젠 좀 안전한 거 같다는 게 그녀의 말이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집에 들어가려니 주저하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그녀는 하루만 자기 집에 함께 있어 달라고 애원했습니다.


글쎄....... 저는 그렇게 하마, 라고 말하기 어려웠습니다. 혹시라도 생면부지의 남자와 멱살이라도 잡게 되는 거 아닐까 하는 불안도 있었고, 섹스를 하는 사이로 발전했지만 내가 그렇게까지 해줘야 하나 싶은 마음도 있었습니다.


결국 우린 모텔에서 하루를 보내고 아침에 그녀의 집으로 들어가기로 했습니다.


퇴근하는 그녀를 차에 태우는데 그녀가 묻더군요. oo씨, 우리 지금까지 몇 번 정도 했을까? 한 번의 기준이 궁금했습니다. 성기를 삽입한 것으로 치는지, 아니면 사정한 것으로 치는지.


사실 그녀가 매우 잘 느끼는 타입이라, 우리의 섹스는 1회 1사정으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주로 그녀가 두세 번 느끼면 저의 사정여부와 상관없이 섹스가 한 번 멈췄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그녀가 느끼고 나면 그녀의 소중이가 말라와 무리하게 삽입할 수 없었습니다. 결국, 하룻밤 제가 두 번 정도 사정을 할 동안 그녀는 대여섯 번의 오르가즘을 느낀 셈입니다.


그녀는 자기 기준으로 우리가 하룻밤 두세 번 섹스를 나눈 거 같다며, 저와 백 번을 채우고 싶다고 했습니다.


“백 번?” 제가 되물으니 그녀는 “응.”이라고 답하며 “최소한 남친이랑 했던 거 보다 oo씨랑 더 많이 하고 싶어.”라고 했습니다.


“백 번 다 채우고 나면?”


“그러면 oo씨랑 헤어질 거야.”


제 경악과는 다르게 그녀는 태연하게 말했습니다. 아니, 아무리 섹스만 하는 사이라지만 아무렇지도 않게 면전에 대고 헤어질 것을 그렇게 쉽게 말하다니! 무슨 말을 하건 제 섭섭함이 표 날 거 같아 아무 말 없이 핸들만 잡고 있는데,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그녀는 이렇게 말을 이어 붙였습니다.


“oo씨랑 하는 거 정말 좋은데, 너무 많이 하면 안 될 거 같아. 나중에 중독될 거 같고 그러면 못 빠져나올 거 같아.”


이게 칭찬인지 뭔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다음 말들이 이어졌습니다.


“우리가 결혼할 것도 아니고....... oo씨도 여자 친구 사겨서 그 여자랑 하는 게 더 좋지 않아? 그게 정상이고.”


정말 제대로 된 소리라 무어라 반박할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모텔에서 하루를 보내고 아침이 되길 기다려 그녀의 집에 함께 들어갔습니다. 경기도 광주의 작은 아파트. 여자 혼자 살기엔 조금 넓다싶었지만 주변 경관도 깨끗하고 치안도 괜찮아보였습니다. 무엇보다 새침하고 깨끗한 그녀의 외모처럼 정리정돈이 깔끔하게 된 것을 보고 감탄했습니다. 그녀는 이제야 마음이 놓인다면서 침실로 들어갔습니다. 며칠간 몸을 나눈 사이지만 막상 그녀의 침실에 들어가긴 주저했는데 그녀가 소리 내어 저를 불렀고, 결국 그녀의 침실에서도 섹스를 하게 되었습니다.


호기심에 딜도를 보여 달라고 하니 침대 바로 옆에서 딜도를 꺼내 보여주더군요. 모두 남자가 선물한 거라고 했습니다.


그녀는 저를 배웅하면서 그동안 정말 고마웠다며 제 목을 감싸고 안겼습니다. “여자라면 누구나 oo씨를 좋아할 거야.” 그녀의 뜬금없는 칭찬에 반사적으로 “**씨도 남자들이 다 좋아할 만한 스타일이야. 그러니까 그런 쓰레기 같은 남자랑은 완전히 헤어져 버려.”라고 답했습니다. 그녀는 그저 “그래야지.”라고 말할 뿐이었습니다.


다시 집으로 돌아오니 의외로 그녀의 흔적들이 많더군요. 어머니가 눈치 못 채게 정리한다고 했지만 자식이 어떻게 부모를 속일 수 있을까요? “니 누나 왔다갔니?”라고 물으셨습니다. 식겁해서 딴청을 피웠는데 이번엔 누나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여자 생겼냐고. 그리고 집에 데리고 왔냐고. 누나의 말인즉, 어머니가 전화로 물어보셨더랍니다. 분명 집에 여자가 드나든 흔적이 있는데 어째 누나 같지는 않다고. 여자의 육감이란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 이야기를 그녀에게 하자 그녀는 “내 침대에도 oo씨 냄새 남아 있어.”라며 웃었습니다.


어쨌든 일상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렇다고 우리의 파트너 관계가 그렇게 끝난 것은 아니었습니다. 서로의 생활이 조금 멀어졌지만 우리의 관계는 주중에 한 번, 주말에 한 번 정도로 이어졌습니다. 그때마다 그녀와 몸을 섞으며 제가 생각했던 것은 ‘이렇게 섹스를 좋아하는 여자가 있다니’라는 것과 ‘이렇게 좋아하는 섹스를 그동안 어떻게 참았을까’라는 것입니다. 새침한 외모와는 다르게 엄청난 색기가 몸 곳곳에 숨어있었습니다. 그녀도 그것을 아는지 여러 번 저에게 물었습니다. 자기를 보면 따먹고 싶게 생겼냐는 둥, 먹어본 보지 중 자기 것은 몇 번째로 맛있냐는 둥 예전에는 상상도 못했던 비속어도 거침없이 사용하더군요.


그러면서 우리 둘 모두 내린 결론은 ‘겉으로 봐서는 사람 모르는 구나’였습니다. 동료로 지내던 시절, 그녀는 저를 지고지순한 남자인줄 알았다고 했습니다. 남에게 모진 소리 못하고 나쁜 짓이라곤 무단횡단도 못할 거 같은. 처음 저에게 연락을 했을 때도 그런 남자이니 믿고 몸을 섞어도 뒤탈이 없을 거 같다는 생각을 했다고. 하지만 막상 섹스를 하게 되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저의 성경험을 들으면서 자기가 생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남자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싫어?” 제가 괜히 이렇게 물어볼 때마다 그녀는 “아니, 그래서 좋아. 정말 좋아.”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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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단풍처럼 물들어가던 우리 관계는 낙엽 지는 계절이 되자 말라버리기 시작했습니다. 예고 없이 찾아온 가을비 다음날 아침의 낙엽처럼, 문득 자고 일어나니 그녀가 훌쩍 떠나버리더군요.


10월의 마지막 주 어느 날이었습니다. 항상 만나면 섹스만 하던 것이 불만이었던 저는, 그녀에게 제대로 된 남녀 간의 데이트를 제의했고, 데이트를 위해 경기도 퇴촌의 조용한 한정식 집을 예약했습니다. 하지만 한참을 기다려도 그녀의 모습은 보이질 않았습니다. 게다가 전화기도 꺼져있었습니다. 걱정과 함께 직감했습니다.


분명 남자로부터 무슨 일을 당했구나!


그녀의 우는 전화가 걸려온 것은 30분을 더 기다린 후였습니다. 잠깐 외근을 나간 사이 남자가 직장으로 찾아와 난동을 부렸다고 했습니다. 직장동료들이 진정시키려 해도 험한 소리를 계속해서 경찰을 불렀는데 혹시 몰라 그녀는 외근을 마치고 그대로 조퇴했다고. 예전에도 회사에 찾아와 난동을 부린 적은 있었기에 동료들도 많이 불편해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지금쯤이면 경찰서를 나와 집으로 찾아오는 건 아닌지 많이 불안해했습니다. 그녀가 안쓰럽고 가여웠습니다.


그녀는 정말 미안하다며, 집으로 데리러 와줄 수 있냐고 물었습니다. 제가 도착했을 때 그녀는 꽤나 커다란 짐을 꾸린 후였습니다. 도저히 불안해서 집에 있을 수 없다며 회사 기숙사에 들어갈 건데 내일에나 입주가능하다는 것이었습니다. 결국 한정식 데이트는 물 건너 갔고, 조명과 냄새가 꾸릿한 모텔에서의 하룻밤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마지막일 걸 알고 있었던 걸까요? 그녀는 유독 날아올랐습니다. 그 넓은 방을 가득 채우고도 밖으로 뻗어갈 만큼 오르가즘을 질러댔습니다. 섹스와 섹스 사이에도 저를 놓지 않았습니다. 그러면서 옆방에서 들려오는 교성에 “우리가 하는 것도 들렸겠지?”라며 야릇한 미소를 지었습니다. 이 가을동안 그녀와 참으로 여러 번 몸을 섞었지만 이날의 그녀는 인상적일 정도로 농밀했습니다.


그녀가 진정되었을 때, 아니 기진맥진하여 아무 생각도 못하고 있을 때 오늘 있었던 일을 물었습니다. 그녀는 역시 솔직했습니다. 남자와 관계를 가졌다고 했습니다. 이날 새벽 다짜고짜 집으로 찾아온 남자가 반강제적으로 여자를 눕혔고, 여자는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남자를 받아줬다고 했습니다. 관계가 끝난 후 남자는 그녀가 자신을 다시 용서했다고 생각했는지 싱글벙글한 얼굴로 자기에게 선물까지 주고 갔다고 하네요.


하지만 그녀는 남자를 보낸 후 긴 메시지를 보냈다고 했습니다. 이미 다른 남자가 생겼으니 방금 전이 우리의 마지막이었으면 좋겠다고. 그리고 전화를 아예 꺼버렸는데, 이성을 잃은 남자가 직장에까지 찾아온 겁니다.


“남자들은 왜 그게 궁금할까?”


그녀가 뒤의 말을 붙이지 않아도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거 같았습니다.


“‘너 그 새끼랑 잤냐?’ 이게 왜 궁금한 걸까? 당연히 잤을 거라 생각 안 하나?”


“‘그 새끼’가 나야?”


그녀는 다시 야릇하게 웃으며 “그럼 또 누가 있겠어?”라고 했습니다.


그녀는 “내일 어떡하나....... 창피해서 어떻게 출근해?”라며 발을 동동 구르다가도 아무 생각하고 싶지 않다며 다시 저에게 안기기를 반복했습니다.


헷갈렸습니다. 그녀가 나를 파트너로 보는 건 확실한데, 나에게 기대고 싶은 건지 아니면 남자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나를 끌어들이는 건지. 그녀가 떠난 방에서 한참을 생각했지만 알 수 없었습니다. 너무도 알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저의 고민과는 다르게 그게 마지막이었습니다. 그녀는 제 메시지를 확인하지 않기 시작했습니다. 걱정스런 마음에 꾸역꾸역 메시지를 집어넣어도 그녀가 확인하지 않았다는 숫자는 그대로 남아 있었습니다. 전화기는 당연히 꺼져 있었습니다. 남자를 피해 전화기를 꺼놓는 것이라고만 생각했습니다. 집으로 찾아가 볼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기숙사에 들어가겠다는 말에, 그리고 집에까지 찾아갈 정도의 관계인가 싶은 마음에 주저했습니다.


그러다 알게 되었습니다. 그냥 그녀가 저를 버린 거구나, 그 남자와 다시 만나게 되어서, 아니면 이젠 내가 필요 없게 되어서, 그것도 아니라면 정말 그녀 말대로 너무 오래 만나면 안 될 거 같아서.


어찌되었건 나는 버려진 거구나. 알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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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어제 전화가 왔습니다. 제주도에서 만났던 아가씨였습니다. 반갑기도 했지만 딱히 용건 없는 사이인데 무슨 일인가 싶었는데 그냥 보고 싶어서 전화했다고 했습니다. 간단한 안부와 제주도에서 만났을 때의 일 몇 가지를 이야기하고 나니 할 말이 없었습니다. 저는 침묵이 촘촘해지는 것이 싫어 그녀가 쓰고 있다는 동화책의 진척에 대해 물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답변 대신 엉뚱한 걸 물어 보더군요.


“그때 그 언니 있잖아요?”


“그 언니?”


“있잖아요~ 밤에 전화와서 울었다는 그 언니.”


아, 생각났습니다. 제주도에서 이 아가씨와 동침하던 중 걸려왔던 그녀의 전화. 겨우 가을 한 번이 채 지나지 않았는데도 제주도에서의 일은 먼 바다 저쪽처럼 느껴졌습니다.


“그 언니 뭐였어요? 정말 오빠랑 자고 싶었던 거예요?”


눈치도 빠르네, 라는 생각보다는 나이도 어린 아가씨가 못하는 말이 없네, 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아니야. 니가 생각하는 그런 거.” 일단 거짓말을 했습니다.


“그럼 뭐였어요?”


거짓으로라도 대답해주지 않으면 계속 물어볼 거 같았습니다.


“상담이었어. 연애상담.”


아가씨는 서울에 아직도 비가 오냐고 물었습니다. 시간되면 서울에 올라오고 싶다더군요. 그러면서 오빠는 결혼이랑 연애 중 뭐가 더 하고 싶어요, 라고 묻더군요. 저는 둘 다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서울은 비가 그쳤지만 그다지 쌀쌀하지 않다고. 그녀는 제주도는 언제나 따뜻하니 시간 나면 한 번 더 내려오라고 했습니다.


전화를 끊고 창밖을 보니 빗물 먹은 낙엽들이 꽤나 묵직해보였습니다. 가을도 벌써 절반 넘게 지났구나, 이제 추운 계절을 준비해야겠구나, 싶었습니다. 겨울과 첫눈. 누가 먼저 올지 궁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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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질내사정기 - 불쌍한 여자 편]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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